[박근종 칼럼] 온기 없는 성장 그늘에 ‘삶의 만족도’ 6.4점, OECD 33위로 최하위권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3-14 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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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인의 ‘삶 만족도’가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선진국인데, 삶의 질은 후진국으로 온기 없는 성장의 그늘에 짙게 드리운 암운(暗雲)의 그림자만 고립사회의 골을 깊게 파고든다. 대한민국이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특히 사회의 허리인 40대 중년층의 만족도가 최근 들어 뚜렷하게 하락한 점이 눈길을 끌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深化)하며 고용률 개선에도 청년(15~19세) 고용률과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뒷걸음질 치는 양상(樣相)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6,000달러 중반을 넘어 4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고 기술과 산업 경쟁력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K팝을 중심으로 한 K-문화 역시 일시적 열풍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경제 규모와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사이의 간극(間隙)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외려 넓혀지고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만 고착화(固着化)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산하 기관인 국가데이터연구원이 지난 3월 5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5’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고립감 지표가 더 악화(惡化)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삶의 질 2025’는 우리 사회 삶의 질과 중장기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고용·임금 등 11개 영역, 71개 지표의 시계열 변화를 통해 삶의 질 현황을 진단했다. 작년 12월 업데이트된 52개 지표 가운데 개선은 29개, 악화는 15개로 집계됐다. 다만 지표마다 조사 주기가 달라 고용률·여가만족도 등 11개는 2025년 최신자료이고, 자살률·비만율·빈곤율 등 대부분은 2024년 확정 자료다. 가장 이례적인 지표는 부정 정서다. 2024년 기준으로 우울감과 걱정 정도를 0~10점으로 측정하는 부정 정서가 3.8점으로 전년도 3.1점 대비 0.7점 급등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0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부정 정서만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긍정 지표는 제자리인데 내면의 심리적 불안만 팬데믹 수준으로 복귀한 셈이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직의 부정 정서가 4.3점으로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상승 폭(1.2점)도 가장 컸다.

무엇보다 2024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삶의 만족도는 2020년 6.0점에서 2022년 6.5점까지 상승했지만 2023년 6.4점으로 소폭 하락한 이후 2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 비교에서도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세계행복보고서’ 기준으로 최근 3년간(2022∼2024년) 평균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6.04점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보면 특히 40대에서 삶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전체 국민 삶의 만족도는 전년과 같았지만 40대는 0.2점 하락했다. 건강 지표에서도 악화 흐름이 확인됐다. 2024년 40대 비만율은 44.1%로 전년보다 6.4%포인트 급증해 전체 국민 평균 비만율 38.1%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한국인들의 우울과 걱정 정도를 보여주는 부정 점수는 3년 만에 다시 낮아졌다. 우울·걱정 지수는 2021~2023년 3년 연속 감소(2021년 4.0→2023년 3.3→2023년 3.1)하다 다시 크게 상승했다. 2024년 자살자 수는 1만 4,872명으로 집계됐다. 자살률은 2011년 31.7명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13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고 자살률 증가 폭도 다른 연령대보다 컸다. 2024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까지 올랐다. 전년 대비 1.8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40대에서 전년 대비 4.7명 증가해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 폭 1.8명을 크게 상회(上廻)했다. 특히 40대 남성 자살률은 2023년 43.0명에서 2024년 51.1명으로 8.1명 늘었다. 성·연령대별 통틀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체적으로도 남성 자살률은 같은 기간 38.3명에서 41.8명으로 상승했다. 여성은 16.5명에서 16.6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우울, 자살률, 취업률, 빈곤, 사회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줄줄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종합적인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유년 시절부터 과열 입시에 시달리고 학교 졸업 후엔 극심한 취업 전쟁, 중장년이 되면 집값과 자녀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는 게 우리의 삶이다. 노년에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일을 놓지 못한다. 그야말로 고단한 한국인들이다. 원인을 진단하고 생애 단계별 적절한 대책을 강구(講究)해야만 한다.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10점으로 측정된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2020년 6.0점 이후 2022년 6.5점까지 점진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2023년 6.4점으로 소폭 내렸고, 지난해도 같은 6.4점이란 점수를 보였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선 33위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그리스, 헝가리, 콜롬비아, 포르투갈 정도다. 하위권 국가들 면면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매번 큰 변동이 없다.

영역별로 보면 우선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 2024년 15.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2011년 18.5%를 정점으로 줄어들어 2021~2023년 15%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23년 기준 미국(18.1%), 일본(15.4%)보다 낮지만, 영국(12.6%), 독일(11.6%), 프랑스(8.7%)보다 높다. 특히 한국은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초고령화에 따른 1,000만 노인 사회에 들어서면서 고령층 빈곤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당면 현안 과제다. 1인당 국민총소득(실질금액)은 2024년 4,381만 원으로 전년 4,235만 원보다 3.5%(146만 원) 늘었다. 국민총소득은 경제성장에 정체된 2017년 이후 증가율이 낮았다. 2022년에는 0.3% 줄어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다시 증가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2025년 33.0%로 2023년과 같은 수준으로 정체됐다. 20% 후반대였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고립도는 남자(35.7%)가 여자(30.5%)보다 높았다. 2023년과 비교해 남자는 0.5%포인트 늘었으나 여자는 0.5%포인트 줄었다. 연령대 중에서는 50대 고립도가 37.2%로 2023년보다 2.2%포인트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던 동호회, 시민단체, 지역사회 모임 등 사회단체 참여율도 2024년 52.3%로 전년 58.2%보다 5.9%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52.3%), 40대(52.6%)가 전년보다 8~9%포인트 줄었다.

우울, 자살률, 취업률, 빈곤, 사회 신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줄줄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2024년엔 인구 10만 명당 29.1명까지 올랐다. 전년 대비 1.8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역대 최고치였던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는데 성별 차이도 컸다는 게 특징이다. 남자 자살률(41.8명)이 여자(16.6명)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자살률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압도적 1위다. 국가데이터처에 의하면 대부분 국가는 10명 전후라고 한다. 해외에선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풍요와 낭만을 동경하는데 정작 한국인은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더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2023년까지 3년 연속 올랐는데 2024년 다시 꺾였다. 정부,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3년 연속 50% 아래에 있다. 상대적 빈곤율이 5년 만에 최고로 오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부동산 가격 상승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국민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신뢰도’, ‘국가 자부심’이 연간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 이동성에 대한 인식은 역대 최저치였다. 지난 3월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사회통합 실태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통합 인식 정도’ ‘사회 신뢰 수준’은 10점 만점에 각각 4.87점과 5.70을 기록해 역대 12년간의 조사 중 가장 높았다. 주위로부터 정신·물질적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적 지지(2025년 6.39점)’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2014년 6.05점 → 2025년 6.63점)’, ‘행복(2014년 6.05점→ 2025년 7.01점)’도 역대 최고점이었다. ‘국가 자부심’도 4점 만점에 3.03점으로 처음 3점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75세 이하 국민 3,00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14일부터 9월 1일까지 대면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사회 이동성에 대한 인식은 2021년 이후 계속 하락을 해오다 2025년엔 역대 최저인 2.57점(4점 만점)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생동안 노력을 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수치화한 것으로 국민들은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이 더 꺾이고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헌법」 제10조에 의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34조에 의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35조에 의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의 구석진 곳을 살펴봐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는 더 심화할 개연성이 크다. 격차를 좁힐 면밀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만 한다. ‘삶의 만족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 사회 구조개혁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과도한 경쟁 문화,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는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가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속도보다 방향이 혁신보다 공존이 AX(인공지능 대 전환 │ AI Ttransformation) 시대를 견인하는 시대정신이다. 포용과 배려가 넘쳐나야만 우리 사회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특히 공동체의 무게를 온몸으로 짊어진 ‘낀 세대’라 불리는 40대, 남성의 사회적·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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